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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들의 요람이자 무덤에서 태어난 아이.
    서사 2026. 1. 10. 22:16

      도서관에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모여들었다. 이야기는 우주의 먼지처럼 떠돌다가, 이 공간에서 비로소 '책'이라는 영원한 형태를 얻었다. 책은 누군가의 삶, 창작, 그리고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꿈이었다.

      빛에 약한 영혼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서관은 밤의 관리자에게 부탁하여 천장에 무한한 우주를 닮은 밤하늘을 드리웠다. 그 무엇도 태어나지 않고 오직 고요만이 존재하는 이곳은 이야기들의 가장 안전한 요람이자, 동시에 살아있던 이야기들이 잊혀지며 소멸하는 무덤이었다.


      시간과 누군가가 포기하여 잊힌 이야기들은 슬픔과 함께 별가루로 흩어졌다. 그 슬픔의 잔해와 파동들이 모여 도서관의 밤하늘을 영원히 유영하는 성운 고래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사라져 간 이야기들을 안타까워한 도서관. 그 무수한 잊힘의 슬픔이 도서관의 가장 오래된 책, 그 미완성된 페이지 하나에 모여들었다.



      마침내, 그 낡은 페이지 한 장이 스스로 떨어져 나왔다.



      종이 위에 묻어 있던 잉크 방울이 별빛처럼 떠올라, 허공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첫 번째 선은 책장을 넘길 손을, 두 번째 선은 그 책을 소중히 품어줄 몸을 빚었다. 마지막으로, 은하수의 별빛과 잉크가 섞여 얼굴의 형태를 완성했다.



      도서관 전체가 숨을 멈추었다. 이것은 세상의 이야기들을 지켜만 보던 도서관이 처음으로 일으킨 '탄생'이었다.



      새로 태어난 아이의 머리카락은 잉크처럼 검고, 고서의 종이처럼 희었다. 머리카락 안에는 사라진 이야기들의 언어가 숨어들어 하나의 미세한 우주를 만들고 있었다. 그 안에서 언어는 별의 형태로 다시 빛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숨을 들이쉬며 눈을 떴을 때, 도서관은 그녀의 눈 속에 깃든 펼쳐진 책의 문양을 보았다.



      "리브리아."



      책에서 태어난 아이. 이야기의 탄생과 끝을 모두 함께 할 도서관의 관리자에게 주어진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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